내가 나와 속삭이는 대화방..

삼육요양원에서 어버이날 아버지에게 편지를 보내드렸어요(2017년 5월 8일 아버지이날 행사 편지)

산녀 2019. 10. 11. 08:55

 

 

 

어버이날 아버지에게 편지를 써서 낭독을 해드렸어요

 

언제나 우리 독수리5형제에게 사랑을 주시는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의 은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보리의 푸름과 아카시아 향기에 감자꽃을 피워내는

오월은 정해진 날도 다짐하는 날도 많아

늘 새롭고 밝고 맑습니다.

평생을 자식을 위해 자신을 돌볼틈도 없이 늙어버리신 아버지!


 

어제는 가만히 아버지 손을 잡아보고 얼굴을 매만져보니

주름이 하나씩 더 늘어나신거 같고

손 마디 마디 긁어지시고 무디어진 손을 만져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네요

 

 

 

(엄마가 6년전 갑자기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작별인사 준비도 못했는데

훌쩍 떠나보내고 아버지는 그때 그시간으로 멈춰계셨어요)

 

 


6년전에 엄마 돌아가시고 부쩍 야위어진 아버지!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감당을 못하시고

술로 엄마를 잊으려 하셨던 아버지 그마음 헤아리지 못하고

매일 아버지에게 화를 내고 투정을 부리고

속상해만 했던 우리들 가만히 뒤돌아보면

미안하고 죄스럽고 죄송해요 아버지!

교회가서도 엄마가 옆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계시는거 같아서

못가겠다면서 우시던 아버지셨는데요 .

 

 

(아버지에게 편지를 읽어드렸어요.난 글을 읽으면 분명히 울거라고 과장님이 읽어주시기로 했었는데요.

나보고 직접 읽으라네요..울면서 아버지에게 읽어드렸는데요.다 읽고 아버지한테 가보니 아버지도 큰 올케도 울고 계시더라고요)

 


다시 말없이 조용히 농사일 지으시고 힘드셔서 일하는게 힘드셔서

술을 드시는거라고만 생각했어요

엄마가 그리워서 그리워서 그랬던건 생각을 못했어요,,죄송해요 ,,아버지!!

너무 많이 술을 드셔서 많이 속상했어요

우리는 소득도 안되는 농사일 하지말고 쉬면서

탁구도 치러 다니시고 운동만 열심히 하시라고

자식들은 늘 권했는데요 ,

아버지 마음 헤아리지 못했어요 죄송해요,일이 힘들어서는 핑계였고요,

늘 엄마생각이 나셨었나봐요,가슴에 늘 엄마가 계셨던거에요.

 

 

(엄마가 생전에 좋아하셨던 불두화(불동화) 꽃이에요)

 

 

술을 많이 드셔서 기억을 점점 잃어버리시는 아버지 어느순간 멈춰버리시더라고요,

엄마 돌아가신 그해 여름으로 멈춰지시더라고요.

아버지가 우리를 기억못할까봐 기억못하시면

어쩌나 두렵고 무서워서 술을 못드시게 하는 방법으로

여기 삼육요양원으로 모셨어요

 

 

(식목일날 아버지가 심어놓으신 나무한테 갔어요 많이 안컸어요.큰 며느리한테 아버지 열심히 자랑하시고 계세요)

 

 


요양병원에 계실때는 많이 힘들어 하시고,

하루에 10번도 전화하셔서 장례식 이야기만 하시고

힘들어 하셨던 아버지셨어요


삼육요양원으로 오셔서는 밝아지시고

한번도 살이 찌셨던 적이 없던 아버지가 올해는

바지가 작아지고 위에 옷도 꽉 껴서 못입게 생겼어요


동생들한테 어버이날 선물은 옷을 사가지고 오라 했다고

아버지에게 이야기 해드렸더니

매일 어버이날이었으면 좋겠다 하시면서 활짝 웃으시네요/

 

 

 

 


내가 근무하는 은빛방에 계시는 어르신이

독서치료프로그램에 갔다 오시더니 목사님이 어르신들에게

여쭤보셨데요

살면서 가장 행복할때가 언제였느냐고요?

우리 아버지는 자식들이 시골집에 내려와서 서로 다독여주고 위해주면서

웃고 있을때가 제일 행복하셨다면서 말씀하시더래요

난 아버지가 외로우실까봐 동생들에게 일주일에 한번씩 내려와라

그러면 4주동안 매일 자식들 얼굴을 보게 될거고

나는 너희들한테 쉬는날 아버지 모시고 올라갈께 했는데요..

다음부터는 한달에 한번씩은 시골집에서 모두 모여서

아버지 모시고 이야기하면서 지내는 시간도

만들어서 아버지가 행복할수 있도록 해드려야겠어요

 

 

 

 


항상 아버지하고 좋은벗이 되어주시고 항상 든든한 지킴이가 되어주시는

요양보호사 선생님들 늘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탁구취미 다시 살려주신 목사님 감사드립니다.

 

 

 

목사님하고 탁구치시는 시간이 제일 기다려진다면서 좋아하시는아버지 뵐때마다

항상 목사님에게 마음으로 고맙습니다,감사합니다,인사드립니다.

밝아지시고 웃음이 많아지신 아버지를 만들어주신

삼육요양원 가족들 모두에게 감사드리고,고맙습니다.

 

 

 

아버지 아파서 힘들어 하실때 요양원에 모시고 나도 같이 요양원 근무하면서

아버지와 함께 했을때 그때도 난 아버지가 최고였고

지금도 나에겐 아버지가 최고인 아버지다

 

아버지가 우리 싸우고 힘들어하시는거 보면 더 아파할까봐

동생들 이렇게 나한테 막나가고 나한테 막해도 참으려고 했고

동생들하고 싸우면 아버지가 힘들어 할까봐

많이 참고 또 참으려고 했는데 많이 서운하고

8년이란 세월동안 내가 살아온 세월이 참 억울하고 속상하고 힘드네

 

아버지 요양원 들어가시기 전까지 아버지하고 농사일 하고

1년동안 직장 안다니고 아버지하고 농사일 해보니

농사 지어서 벌은돈은  아버지한테 다 드리고 내 수입은 없고 힘들었다

 

나는 수입이 없어서 다시 직장 다니고 아버지 힘들어지셔서

내가 다니는 요양원 들어오시고 나는 쉬는날은 아버지 모시고 집에서 함께 지내고

내가 근무날은 아버지 불안하지 않게 항상 내가 곁에 있다는거 보여주면서

난 나름대로 아버지에게 최선을 다하고 살았는데

결과는 이거네,,!! 허망하고 허탈하고 ...

 

8년동안 아버지 밥 해드리고 아버지와 함께 했던 블로그 글 쭈욱 읽어보면서

너무너무 눈물이 나고 내 자신이 초라해져서 죽을만큼 슬프다..

8년동안의 세월이 여기에 일기처럼 다 적혀 있으니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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